왠지 달달한 글이로군요.
- ask 랑 show 글과 댓글들에 끌립니다 👉👈
- 벡터 이미지 그리기에 끌립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울까 싶은데 시동 거는 건 아직입니다.
-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작은 일에 끌려요. 고기를 좋아하지만 다큐 우리의 지구를 보고서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기를 안쓰고도 맛있게 요리될 때 조금 뿌듯해요. 하지만... 플라스틱은 줄이고 싶으면서도 자꾸 편의성에 끌리네요 ㅠㅠ

그런데 와.. 소설 7달 쓰신거면 생각해두신 줄거리의 어느정도를 작성하신건가요? 쓰시는 툴이나 버전 관리법, 들이는 시간, 발행 계획 (독립출판, 소설플랫폼 등) 등 전해주실 팁이 있으시다면 궁금합니다.

- 소설의 큰 줄거리는 '판타지 세상에서 잘나갔던 시절을 기념하며 적는 회고록' 이었고, 이 소재르 한 4년 전부터 망상만 해오다가, 이번년도 초부터 적고 있습니다. 저 모티브 하나로 여러가지 바레에이션을 칠 수 있었고, 4년 전부터 생각한 만큼 이야기를 엄청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

- 버전 관리법은...

- 제가 소설을 몇 번 써보고 자연스럽게 접게 된 적이 몇번 있었는데요. 대부분 완성까지 너무나도 먼 길이라서 지쳐 나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적기 시작했는데요.

- 2주마다 1화, 약 2만자에서 3만자정도를 목표로 적고 있습니다. 첫째주 3일간은 DRAFT, 대충 이번화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걸 아웃라이너겸 초안으로 적습니다. 굵직굵직한 사건과 인상깊어야만 하는 장면만 자세하게 적고, 대화문은 그냥 '어떤 내용이 스쳐갔어' 라고만 적어요.

- 나머지 4일은 그걸 기반으로 글을 적습니다. '어떤 내용'을 등장인물간의 대사로 풀어적고, 인상깊은 내용이 좀 더 인상깊도록 연출도 신경쓰고, 어디라고만 적혀있던 곳을 좀 더 살아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 살을 붙여요.

- 그리고 2주차부터는 3일간 리뷰를 합니다.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내용부터, '등장인물가 집에 나갔다' 같은 단순 오타들을 잡습니다. 4일간 글을 적을 때는 아예 틀린 내용을 적는 게 아닌 이상 고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이 때 그런 것들을 찾아요.

- 그리고 하루동안 문서를 PDF로 Export 하고, 이번 화를 쓰면서 신경썼던 부분에 대한 코멘터리 문서를 작성합니다. 뭐, 어떤 등장인물이 이렇게 행동할 때 이런 느낌으로 적었다.. 같은 것들요.

- 그 다음, 제 글을 매번 봐주시는 지인 분이 있어요. 그 분에게 코멘터리와 PDF를 넘겨드립니다. 그리고 그 분이 읽으시는 동안 저는 잠시 쉬면서 프로그래밍을 조금 더 하거나, 심심풀이 단편 글을 적거나, 아이디어를 생각합니다.

- 그리고 다음주차가 되면 다시 위 단계의 처음으로 돌아가고요, 지인분이 글을 다 읽으신 다음 피드백을 해주시면 감사히 그걸 문서로 남기고. 슬슬 제가 썼던 내용을 까먹을 시점이라 다시 제가 쓴 글을 보는 걸로 1화가 완성됩니다.

- 들이는 시간은...

- 대충 하루에 2시간에서 1시간내지로 들입니다. 가끔은 몰아쓰고, 가끔은 저 일정 중 일부가 예상대로 안 흐를 때도 있지만. 2주마다 1화를 내는 건 꼭 지킵니다. 뭔가 더 적고 싶으면 다음 주차에 적습니다. 작업 중인 작업에는 목표를 늘리지 않고, 주기적으로 작업을 끊어서 회고하는 게 7달동안 꾸준히 쓸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 발행 계획은 ...

- 당장은 그냥 취미 생활이라서 분재를 기르는 마음으로 적고 있습니다. 제가 취향이 마이너해서, '마법이 있어도 교통부장관도 있지 않을까? 모험가들이 가정을 꾸릴텐데. 초등학생들을 학교에 어떻게 보내지? 비공정? 마차? 기차?' 라는 소재를 좋아하고. '웨스트윙(미국 정치드라마) 완전 재미있는데 이거 판타지판으로 만들면..' 라는 소재도 좋아하고. '몬티 파이썬!' 도 엄청 좋아해서. 그냥 제가 쓰면서 낄낄 대면서 쓸 수 있는 글을 적고 있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없습니다.

- 그리고 초반에 썼던 글과 지금쓰는 글의 퀄리티라던가,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서 ( 나레이터가 반말에서 존댓말로, 그리고 구어체로 바뀌었습니다 =ㅁ = ) 아마 출판을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심심하면 초반부부터 깨작개작 적고 있는데, 언제 완성될 지는 모르겠네요.

- 사용하는 툴은...

- 저는 Obisidian을 쓰는데요. 스크린브너도 써봤고, Bear도 써봤고,Roam도 써봤고, Notion도 써봤는데. 제가 글을 쓰는 도구로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1. 빠를 것., 2. 참고를 위해 문서간 연결이 될 것, 3. 어디서든 열어서 볼 수 있을 것. 이었습니다.

- 스크린브너는 멋진 기능이 많지만, 철저한 근거 위에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즉흥적이고 사례들로 글을 쓰는 제 성격상 불필요한 기능들이 많았고. 또한 어디서든 열어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 Bear는 애플외에는 안 되더라고요. 제가 IT 기기를 좋아해서 노트북이 여러대에 데스크톱도 있고 모바일 디바이스도 여러개에 안드로이드 / IOS도 둘 다 쓰고 있는데. 생각날 때마다 보고 싶을 때 Bear는 그걸 막아주는 바리게이트를 쳤습니다.(...)

- Roam은 최근까지도 썼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만자쯤 되면 엔터를 한번 쳐서 새로운 Bullet List를 만들 때마다 엄청 버벅였습니다. 그리고 데이터가 로컬이 아니라 Remote only였고, 그래서 PDF로 뽑는 게 꽤 귀찮았습니다. 로컬에 있으면 바로 Export 할 수도 있는데. Remote다 보니까 매번 뽑고, 이거 관리하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 Notion도 글을 많이 쓰면 쓸 수록 느리고, 저는 Notion이 개인 데이터베이스/일정 관리 용도로 이미 정착이 되어있어서 뭔가 글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Notion이 연결형 페이지를 만든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지금도 썩 괜찮게 작동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 Obsidian은 빠르고, 참조를 위해 문서간 연결도 가능하며 빠르게 작동하고, Sync 플러그인이 월정액이긴 하지만 Roam보다 훨씬 싸서 모든 디바이스에서 안정적으로 글을 적거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Roam과 다르게 강제 아웃라이너가 아니라 가끔은 아웃라이너, 가끔은 소설과 같이 문단들로 이뤄진 글도 쓸 수 있었던 점은 예키지 않은 보너스였고요.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취미활동 하시는것 너무 멋져요!

우와..... 정성 댓글 고맙습니다!
2주 단위로 글 쓰시는 것도 그렇고, 더 쓰고 싶을 때 멈춘다던가, 고치지 않는단 원칙들이 흥미로워요.
출판 계획이 없으면 대중이 읽고 싶은 글보단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써서 글 쓰는 과정이 보다 자유로울 것 같아요.
obsidian 언급하시는 것 몇번 봤는데 소설도 이걸로 쓰시는군요. 선택하신 이유 설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달리고 있는데 목적지가 도망치면 체감이 그리 좋지 않더라고여 ㅋㅋㅋㅋ 그리고 소중한 나의 분재를 깎는듯한 느낌으로 쓰니까, 조회수가 어떻던 추천수가 어떻던 별 신경을 쓰지 않게되는 선효과가 있습니다. 전업으로 쓰면 굶어죽겠지만, 당장 취미로 쓰는 것에 제 만족을 넘어선 뭔가를 더 바라고 싶진 않아요. 저는 제 이야기를 더 즐기고 싶거든요.

도움이 되셨으면 영광입니다 (__ )/